"요즘 애들은 글을 못 읽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큰일이야."
이런 말을 들을 때, 혹시 저처럼 마음이 복잡해지시나요? 한편으로는 '나도 꼰대처럼 보일까' 싶어 섣불리 동의하기 꺼려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이런 고민이 비단 우리만의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 문제로 매우 뜨거운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문해력 위기(Literacy Crisis)' 논쟁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저명한 미디어 'Vox'의 깊이 있는 기사 한 편을 통해, 이 논쟁의 속살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과연 이 모든 것이 기성세대의 괜한 걱정일까요, 아니면 데이터가 증명하는 실재하는 위기일까요?
논쟁의 한 축은 대학가에서 터져 나옵니다. 미국의 많은 교수가 "요즘 학생들은 긴 글이나 책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한탄합니다. 심지어 한 교수는 "의욕 넘치는 우등생들조차 20페이지짜리 글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토로할 정도죠.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영문과 학생들에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황폐한 집>의 첫 몇 문단을 읽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58%의 학생들이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표본이 너무 적고, 과거 학생들과의 비교 데이터가 없어 '요즘 학생들이 과거보다 실력이 떨어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대학가의 위기감은 팽배하지만, 아직은 '명확한 데이터'보다는 '현장의 우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 교육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미국의 성적표'라 불리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NAEP)' 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미국 초등학생들의 읽기 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3-2015년부터 이미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권 학생들의 점수 하락 폭이 매우 컸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누군가의 '감'이 아닌, 통계로 증명된 현상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지목합니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는 걸까요? 몇몇 교육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지금의 시험 방식이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온라인 게임 '트위치(Twitch)'의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복잡한 맥락을 순식간에 이해합니다. 이런 역동적인 소통 능력 역시 분명 중요한 '문해력'의 한 종류이지만, <오만과 편견>을 읽고 분석하는 전통적인 시험지 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어쩌면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실제 언어생활과 점점 더 멀어지는 낡은 교육 방식과 평가 기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문해력 위기' 논쟁을 종합해 보면, "요즘 애들은 글을 못 읽는다"는 말은 더 이상 단순한 푸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기초 교육 현장에서는 데이터로 증명된 위기 신호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과 해결책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리를 스칩니다.
이것이 과연 미국만의 이야기일까요?
유튜브와 틱톡, 이제는 챗GPT까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에 대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그저 "책 좀 읽어라"고 말하는 것만이 최선일까요? 아이들의 디지털 언어생활을 이해하고, 그것을 깊이 있는 읽기 능력으로 연결해 줄 다리는 어떻게 놓아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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